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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Gong's Letter 중에서...

 

 

 

직장에 다니면 두 자녀를 길러낸 레슬리 베네츠는
작장일과 가사일을 병행하는 어려움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여성들에게 어렵더라도 직장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딸이 있다면 꼭 읽히고 싶은 책이자
아들에게도 읽히고 싶은 책입니다.


1. 낭만적 기대로 시작한 결혼생활의 실상은 녹록치 않다.
남편이 얼마나 많이 벌든 상관없이, 직업을 포기하는 순간부터 여성은 경제적 능력을 잃는다.
결혼이나 양육을 이유로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현상을 경력단절이라
부르는데, 이 기간이 길수록 직업사회로 복귀하기가 힘들다.
또한 돌아가더라도 같은 수준의 일자리를 얻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정말 자신과 자녀를 사랑하는 여성이라면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2.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삶에는 잠재적인 문젯거리들이 숨어 있다.
가족의 생계를 혼자 책임지고 있는 남편이 아프거나 실직하거나 일찍 사별하게 된다면?
평균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이 시대에는 보험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혼은 또 어떤가.
누구도 상상하기 싫어하지만 이혼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혼 후 경제적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역으로 경제적 이유 때문에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또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3. 결국 남자든 여자든 경제적 자립을 포기하는
대가는 자신의 미래를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다.
겉보기에 물질적으로 여유 있어 보여도 남편의 허락 없이는
어느 것 하나 독립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경제적 의존은 관계의 의존을 가져오고 삶의 에너지를 떨어뜨린다.


4. 어머니보다 거의 스무 살이 많았던 아버지는 이미 은퇴해서 수입이 없었다.
즉 내 학비를 대줄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어머니는 외할머니를 위해 그러했듯이, 계속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했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수입 덕택에 우리 가족은 절망적인 상황을 견딜 수 있었다.


5. 어렸을 때부터 내가 여성의 경제적 의존으로
우리 가족이 계속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점에 크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남자에게만 의지해선 안 된다는 현실을 분명히 인식했다.
또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강인해질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6. 세월이 지나면서 내 직업은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 소중한 자산이 됐다.
물론 나는 큰 부자도 아니고 미래에 어떤 일이 딕찰지도 전혀 모른다.
그러나 내 어머니나 외할머니보다는 경제적 곤궁에서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7.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한 젊은 여성의 얘기를 듣다 보면,
마치 그리스 비극 악단의 노랫소리처럼 과거 여성들의 슬픈 후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정작 많은 젊은 여성들이 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
평온해 보이는 바다라도 그 수면 아래엔 거친 암석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배는 곧 난파되는 것처럼, 그녀들의 삶에도 그런 위험이 자리잡고 있다.


8. 2006년 새해 첫날 (뉴욕타임즈)는 테리 마틴 해커의 수필집을 발행했다.
그녀는 자칭 전업주부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다섯 아이를 둔 엄마였다.
25년 전 (아담과 이브 그 이후)라는 책을 쓰고
전국을 돌며 출판기념회를 가졌던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씁쓸히 회상했다.

"나는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엄마가 집에
있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했어요.
그리고 가족들 식사를 준비하고 열심히 일하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전업주부의 삶'이 얼마나 만족스러운가에 대해서도요.
그러다 결혼 40주년이 되는 날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죠."
남편이 여자친구와 칸쿤으로 여행을 간 동안
해커는 망가진 집 지붕을 수리하기 위해 결혼반지를 팔아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12명의 손자 손녀를 비롯해
소중한 가족을 얻었으므로 남편과의 결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가 후회하는 것은 경제적 자립을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출처: 레스리 베네츠, (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The Feminine Mistake, 웅진윙스, p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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